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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3가 포장마차 제주도

고기굽는사람 2023. 5. 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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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잠시 종로 3가 있는 포장마차가 유행한 적이 있었죠. 익선동이 잠시 핫했을 때 사실 그전부터 있긴 있었습니다. 이 때도 1호선을 타서 어떤 젊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몰래 엿들었는데 종 3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포장마차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아서 안 가려고 했는데 지인이 가자고 해서 가게 되었습니다. 종로3가역 6번 출구를 나오면  포장마차가 꽉 깔려있는데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일단은 비어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들린 곳이 바로 이 제주도라는 포장마차입니다. 당연히 카드 안 받고요. 상호검색 위치검색 안됩니다.

분위기는 거의 비슷합니다. 이런 부엌 겸 바 형식의 마차가 있고 주변은 천막으로 둘러쳐져있습니다.

메뉴판을 보겠습니다. 떡하니 죄송하지만 카드는 안된다고 써져 있네요. 납세의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우리는 도대체 무엇이 되는 걸까 싶네요. 가격은 비쌉니다. 사실 이 가격은 말이 안 됩니다. 저도 알고 왔습니다. 포장마차주제에 가격을 이렇게 받는 것은 다 우리 같은 수요자가 있어서입니다. 저도 갔으니까 딱히 할 말은 없네요.

단  한 가지 좋았던 것은 날씨가 좋아서 노상에서 먹고 싶기도 하고 또 포장마차도 포장마차만의 특유한 분위기가 있거든요. 물론 저는 이곳 말고도 포장마차 스폿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만 여기만큼 젊은 사람들이 핫하게 찾아오는 포장마차는 아닙니다. 다른 곳은 아저씨들 많고 더 더러운데도 불구하고 가격은 비싸게 받습니다. 그런 점에서 종로 3가의 포장마차는 어찌 보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받는 걸지도 모릅니다. 애초에 우리가 생각하는 저렴한 포장마차는 멸종했습니다. 아는 곳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산낙지(2만 원) 입니다. 요즘 산낙지를 2만 원에 많이들 팔고 있기 때문에 딱히 비싼 건 아닙니다. 수조가 없는 줄 알았는데 뒤쪽에 있더라고요. 신선하게 꺼내서 주셨습니다. 다만 제조과정이 옆에서 보이는데 조금 지저분하게 하시긴 하시더라고요. 딱 예상하는 산낙지 맛입니다. 양은 조금 적었습니다.

계란탕 1만 5천 원입니다. 제일 돈이 아까운 메뉴였습니다. 어쩌면 다른 술집에서는 기본 안주에 포함될지도 모르는 5천 원 정도의 계란탕이 3배 정도로 올라있더군요. 맛도 더할 나위 없이 평범한 계란탕이었습니다.

이렇게만 먹어도 3만 5천 원이라니 약간 기가 차긴 하는군요. 그래도 1인당 1 안주 강요라는 소문을 듣고 왔는데 그런 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4인이서 계란탕과 산낙지만 먹으려니 허기가 지더군요. 그래서 존맛탱(2만 원)을 시켰습니다. 산낙지와 계란탕을 먹고 나니까 오히려 이 삼겹살이 혜자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더군요. 맛은 딱 대학 축제에서 학과 술집에서 주는 삼겹살 퀄리티였습니다. 이런 저렴하고 질 낮은 삼겹살 오랜만에 먹으니 오히려 맛있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안주와 술 3 병해서 7만 원이 나왔습니다. 먹는 사람은 모르지만 내는 입장에서는 돈이 아깝지요. 같이 간 친구랑 옛날 포장마차 이야기하면서 안주 3~7천 원 대에 음식 쫙시켜놓고 펼쳐서 먹은 이야기를 하니까 옛 추억에 잠기었습니다. 뭐 물론 그런 포장마차는 이제 없지만요.

어쨌든 한 번쯤은 경험해 볼 만합니다. 날씨도 좋고 포장마차이고 위치도 좋고 핫하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