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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컬테이블 비건스시세트

고기굽는사람 2023. 6. 14.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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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스시으로 유명한 에티컬테이블을 방문하였습니다. 위치는 복정역과 가천대역 중간에 있어서 전철로 가기에는 애매하고 버스를 타거나 조금 걸으셔야 합니다. 동서울대랑 상당히 가깝기 때문에 동서울대 음식점으로 보는 것이 제일 나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스시와 초밥(밥만 지칭이기 때문에)은 다르다고 생각함으로 본 글을 스시로 계속 용어를 통일합니다.

2층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밖에서는 잘 안보이실 수 있습니다. 분위기는 좋아보이는 것 같고 요리 교실도 같이 운영하시는 것 같습니다. 요즘 쿠킹 클래스라고 부른다네요. 비건 레시피가 아직 대중적으로 퍼진 게 아니기 때문에 서로 이렇게 공유하시는 것은 좋은 것 같습니다.

토요일 12시에 예약을 했었는데 좋은 자리로 주셨네요. 원래 손님이 잘 안계시는건지 아니면 주말이라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손님이 없어서 분위기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반려동물입장 허용과 식당에서 개를 기르고 있다는 것은 양날의 검이네요. 반려동물를 키우신다면 같이 데려오시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위생에 조금이라도 신경 쓰시는 분들은 오시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주방과 개집의 경계가 애매모호해서 식당인지 개집인지 잘 모르겠네요. 초반부에 개가 약 10분간 짖고 그다음에야 조용해집니다.

저희는 비건초밥세트(1인 2만3천 원)를 미리 예약으로 주문하였기 때문에 앉아서 바로 식사를 받았습니다.

샐러드입니다. 야채는 신선했고 드레싱이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위에 있는 미역은 무(無) 맛으로 샐러드랑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왜 있는지 좀 의아했습니다.

미소시루입니다. 깔끔한 맛이고 한국 현지화가 상당히 잘 되어있습니다. 고평가 합니다.

비건스시세트는 비주얼은 상당히 이쁘네요. 색감도 좋고 구성도 나쁘지 않고 그럴싸해 보입니다. 밥도 껴있고 스시만으로는 사실 양이 적을 수 있는데 유부초밥을 3개나 넣어서 양도 제법 많았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유부초밥들이 더 맛있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하긴 단가로 따지면 유부초밥이 더 비싸긴 합니다.

다소 아쉬운 건 역시 샤리였습니다. 밥을 쥘지 모르시는데 왜 초밥을 고집하시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 얼마 전에 코스트코스시 밥을 틀에 넣고 만든다고 맹비난한 적이 있었는데 식당에서 틀에 넣어만든 초밥이 나올 줄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근데 웃긴 건 틀에 넣어서 만든 밥 치고 오히려 못 쥐는 사람이 만드는 니기리즈시보다 낫네요. 밥 자체는 나쁜 편은 아니라서 그런 것 같네요.

연어초밥은 당근이고 오징어초밥은 곤약이고 네기토로는 토마토이고 관자는 새송이이고 장어는 가지이고 이런 거 다 별로 의미는 없습니다. 비건 음식은 논비건 음식을 따라 하는 순간부터 가치가 없는 겁니다. 따라하는 순간 지는 거예요 그냥. 얼마나 똑같이 구현하든 말든 원본과 끊임없이 비교당할 수밖에 없고 그때부터 얼마나 같은지 다른지 판단만 하고 원래 맛은 무엇이었지 떠오르게 됩니다. 자신이 정말 비건인데 윤리적으로 비건을 실천하고 있지만 논비건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 미칠 것 같을 때 오는 건 상관없습니다.

저도 비건 음식 많이 먹어봤지만 결국은 비건은 원래 비건재료 위주 음식을 비건으로 만들 때 맛있습니다. 모방보다는 창작이 좋고요. 알트에이 짬뽕에 관한 글을 예전에 올렸지만 오히려 해물짬뽕 안 따라 하고 버섯짬뽕으로 자기 갈 길 가니까 맛있는 겁니다.

에티컬테이블의 스시가 맛이 없다는 건 아닙니다. 괜찮았어요. 이 자체의 맛으로 맛있고 어디서 먹어본 적 없는 특별한 맛이 납니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비교당할 수밖에 없는 그 운명이 아쉬운 거죠. 저는 같은 돈이면 모방을 아무리 잘해도 원본을 먹겠습니다.

1인 2만 3천 원이면 저렴한 건 아니니깐요. 이 돈이면 스시집에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